
미국에 와서 10번째 맞이하는 독립기념일 이었다..
어떤해에는 돗자리들고 가서 소풍하며 불꽃놀이를 기다려 보기도 했고, 어떤해는 집안에서 뉴욕의 메이시 불꽃놀이나 국회의사당 불꽃놀이를 즐기기도 했다...어떤해에는 그냥 무시하고 안보기도 헀다...
올해는..나에겐 참 특별한 독립기념일이 었다..
매사에 모든것에 의미를 일일이 부여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올해는 좀 특별하다. 남편이 미국와서 공부하고 졸업하고 포닥을 거친뒤 독립된 위치에서 새로 본인의 연구를 독립적으로 시작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나에게도 진정한 독립 기념일이구나...싶은 날이었다..물론 그것을 계기로 우리 가족이 파티를 한다거나 들뜬 분이기로 자축을 한건 아니지만 내 마음속엔 그렇게 작은 불꽃들이 춤을 추었다...
남편은 지난주에 첫 출근을 했고 이것저것 서류며 여러가지 첫출발을 위한 지루하고도 신경곤두서는 작업들을 이번주까지 진행하고 있는 터이다...
원래 미국이란 나라가 공적인 사무가 느려터진것을 감안하고 예상하자면 거의 한달(또는 두달?)은 족히 걸리지 않을까..실험실과 연구실이 제대로 모습을 갖추기만 하는데 말이다...
낙천적이고 설렁설렁한것을 좋아하는 나에겐 남편의 작전 사령관 같은 분위기가 내심 마음 졸이긴 하지만, 내가 남은 가정의 분위기를 얼마나 느슨하게 만들수있는냐가 내게 주어진 큰 숙제임을 조금씩 깨닫고 있는중이다.
내 말 한마디 한마디, 행동 하나 하나가 남편에게 짐을 하나더 얹어주는것이냐 덜어주는것이냐가 달여있다는것을 자꾸 알아갈때...은근 나도 그렇게 즐거워하지만은 못할 책임감을 느낀다...
그런 책임감이 없이 살았다는것보다도 완전 시시각각 살갖으로 느끼는 긴장감을 말하는것이다...
내 그런 긴장감이 살갖이, 피가 타 들어가는것 같은 정신적 스트레스와 괴로움을 가지고 사는 남편의 그것에 비교야 되겠냐만은... 그것은 우리가 살아있기에 겪어야 하는것...이것은 우리가 살아있기에 느껴야 하는 책임감...고통...또 살아있기에 느낄수있는 즐거움과 성취감 이 모든것이 가능한것이 아닌가...
남편이여....우리, 부디..마음 편하게...우리가 할수있는것에 깊은 한계를 인정하고..조금씩...조금씩..하자.... 배가 거센파도에 뒤흔들릴때...당신이 키를 세게 부여잡고 다른방향으로 움직이려 아무리 애를써도 파도는 조그만 배하나를 절대 당신의 키에 맡기지 않는다는걸 우리는 알지 않는가..
우리는 그런 나약한 존재일뿐이야...파도는 잔잔할때만 우리에게 우리가 가고싶은 방향으로 갈수있도록 당신이 잡고 있는 키를 당신의 의지에 허락하는것처럼...파도같은 인생속에서 아주조그만 키 하나만을 잡고 있는것..그것을 인정해버리자고...너무 잘 알아서 더 어렵지만 말이야....
아이들과 집에있으니 아이들 먹거리 만들기에 하루가 다 간다...
어제는 새로담은 김치와 먹으려고 돼지고기를 삶아 아이들과 맛있는 식사를 하고, 오늘은 승진이가 너무도 좋아하는 꼬리 곰탕을 끓인다...
곰탕을 은근히 푹 몇시간씩 끓인다....물이 졸아들고 진국이 될 때까지 계속 은근히 끓인다...간간이 기름도 걷어내고 물을 조금 더 부어 국물도 더 뽑아내고..우리 인생도 그렇게 다듬으며 살아가듯이 오늘은 나도 곰탕을 그렇게 다듬어 끓인다..은근히.....
새 직장을 찾는것에 너무 마음 졸이지말고 쉬면서 천천히 생각하라는 엄마 말씀을 되새기며..인생에서 마음을 졸여서 해결되는일이 없고, 모든 당한일에 마음이 쉬워 지는게 진정으로 잘 사는것이라는 엄마말씀을 곰탕을 끓이면서 되뇌여본다....
고마워요 엄마....
by yoosunine